Sun | Mon | Tue | Wed | Thu | Fri | Sat |
---|---|---|---|---|---|---|
중고 제품을 구매하거나 임대하는 환경 친화적인 소비 트랜드: 리커머스 #소비트랜드 #리커머스 #중고구매 #임대 #환경친화 #베스트프랙티스
By 김은진 / 2020.09.21
최근 만난 P의류회사 대표, C가구회사 대표의 고민도 공교롭게도 리커머스에 대한 새로운 사업전략과 비즈니스 모델에 관한 것이었다. 업계에서는 중고 시장 규모 자체가 약 20조원 규모로 성장했다고 본다. 2019년 국내 대표적인 중고거래 플랫폼 중고나라의 거래액은 3조 5000억, 번개장터는 1조원, 새롭게 떠오른 당근마켓은 7,000억이었고, 요즘 중고거래는 티비 예능에까지 들어올 정도로 문화적인 트랜드로 자리잡기까지 하였다. 따라서 이제 순환형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기업들은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고, 이러한 중고거래 시장이 향후 어떻게 발전해 나갈 지 그리고 우리에게는 어떠한 기회요소가 있을 지 한번쯤 생각해 보면 좋겠다.
2019년 닐슨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표 중고거래 앱 5개 사용자는 총 531만명으로 당근마켓(404만), 번개장터(127만), 중고나라(67만)가 Top3에 해당한다. 네이버 카페에서 출발한 중고나라의 경우에는 2016년 모바일 앱을 출시하면서 실명인증과 안전결제, 편의점 택배 등 편리하고 안전한 중고거래를 위한 시스템을 제공하였다. ‘원스톱 서비스’를 자랑하는 번개장터는 물품 등록과 구매, 결제, 배송 등의 과정을 한 번에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번개 톡과 번개페이 기능을 이용해 번개처럼 빨리 중고거래를 할 수 있어10대들과 20대들의 중고거래 앱이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이 시장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이는 당근마켓은 흔히들 슬리퍼를 끌고 나갈 수 있는 구역을 뜻하는 ‘슬세권’에서의 직거래 방식으로 지역을 기반으로 중고 거래 플랫폼을 키웠다. 불특정 다수가 아닌 동네이웃과의 거래라 사기 행위 가능성이 줄어들고, 오프라인 체험에 대한 니즈 증가가 성장에 큰 기여를 한 샘이다. 중고마켓도 ‘우리동네서비스’를 통해, 번개장터도 위치정보를 바탕으로 동네 판매 아이템을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추가하면서 슬세권 트랜드를 반영한 바 있다.
밀레니얼과 Z세대는 소유보다 ‘사용’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필요하면 중고 제품을 구매하거나 공유하여 사용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갖지 않는다. 이코노미 인사이트에 기고한 ‘빅데이터로 보는 경제’ 분석 결과에 따르면 ‘중고’에 대한 사람들의 부정적인 감성 추이는 2015년 45%에서 2018년 28%로 줄어들었고, 긍정적인 감성 추이는 55%에서 72%로 늘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모니터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중고, 리퍼 제품 구매’를 선호하는 소비자는 68.3%에 달했다고 한다. 작년 말 방탄소년단 RM이 중고사이트에서 산 의류입고 음악방송에 출근하는 사진이 포착되면서 리커머스가 주목을 받기도 하였다.
미국에서는 전통적인 중고거래 강자 이베이와 아마존도 잘하고 있지만, 새로운 트랜드는 의류와 럭셔리 제품을 위주로한 리세일과 렌탈쪽의 성장이다. 나스닥 상장까지 한 The RealReal, ThredUp, Poshmark, Grailed, Depop이 대표 케이스 들이다. 전통 유통사인 Nordstrom의 경우 “See You Tomorrow”를 런칭하여 뉴욕의 플래그쉽 스토어와 온라인 사이트에서 옴니채널 쇼핑 옵션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이 옴니채널 매장에서는 톰브라운, 오프화이츠, 버버리 등의 중고상품 (반품 또는 하자가 있는 상품)을 판매한다.
Neiman Marcus는 명품위탁판매 사이트 Fashionphine을 샀고, Macy의 경우 2019년 여름 일시적으로 중고거래사이트 ThredUp의 악세서리와 옷들로 팝업매장을 열기도 하였다. Madewell같은 기업은 기존 새 청바지 제품이 평균 130불에 판매되지만, 기업의 재활용 의지에 대한 홍보로 몇 개의 매장에서는 자사 중고제품들을 소비자로부터 매입한 후 세탁, 수선하여 50불에 매장에서 판매를 하기도 하였다.
일본의 경우에는 전통적인 오프라인 중심이었던 중고시장을 온라인으로 전환시켜 시가총액 7조원에 달하는 메루카리를 위주로 시장이 형성되었다. 시장점유율 60%, 인당 월간 이용시간 3시간 30분을 달성한 이 회사는 향후 주요 전략으로 1) 판매자가 편안하게 리스팅 할 수 있는 오프라인 스토어 2) 판매자의 배송을 도와줄5000여개의 메루카리 포스트 박스 3) FBA (Fulfillment by Amazon)과 같은 서비스 런칭 4)다양한 기업과의 데이터를 통합하여 고객의 새로운 통합적 경험을 디자인 (예, 아이폰 X의 판매 데이터를 애플에 제공하여 애플의 신규상품 수요예측 및 마케팅에 활용)
중국의 경우 중고거래 시장 규모는 약 175조원으로 디지털전환이 가장 빠른 국가 답게 시작부터 온라인 위주의 중고 서비스들이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알리바바 산하의 시엔위가 전체 시장의 70%를 차지한다. 우리나라 당근마켓이 지역별 커뮤니티라면 시엔위는 취미에 기반한 일종의 덕후 커뮤니티를 형성하여 취미기반 상품 판매를 장려한다. 셀렙들이 자신의 상품을 팔로워에게 판매할 수 있는 커뮤니티 또한 인기다.
국내에서도 온라인 기업이 아닌 기존 오프라인 강점의 유통사와 패션 브랜드들도 렌탈, 중고판매, 수선, 교환 등 다양한 리커머스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있거나 검토하고 있고 중고 거래 시장은 앞으로 패션을 넘어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성장을 할 것이다. 이때 반드시 참조해야 하는 것은 플랫폼의 역할이 단순히 구매자와 판매자의 연결이라면 장기적으로 서비스가 성장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리커머스 분야에 진출하려는 브랜드와 소매업체는 중고품 구매자들에게 커뮤니티를 만들어 일종의 소속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소비자에게 교육을 제공하고, 습관을 바꿔 나가는 시도를 해야 할 것이다. 소비자들의 경험을 만들어가는데 뛰어난 마케터들이 많은 국내에서는 또 어떤 플레이어가 판매자와 구매자의 마음을 살 수 있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며 이 시장을 리드해갈지 기대가 된다.
금주의 추천도서 <책요약> 미국의 대표적인 친환경 아웃도어 의류 브랜드로 자리잡은 파타고니아 창립자인 이본 쉬나드의 인생 이야기를 담은 자전적인 책이다. 1장에서는 파타고니아의 역사, 2장에서는 파타고니아의 철학을 담고 있다. 리스본 출신인 이본 쉬나드는 이민자였다. 외롭게 자란 그는 암벽을 타고, 낚시를 하며 자연이 그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되었다. 스스로가 유명한 등산가인 이본 쉬나드는 파타고니아의 지향점인 ‘알피니즘’을 스스로의 성취감과 자연의 교감이 이루어지는 스포츠들, 즉 서핑, 스키, 등산, 산악자전거, 낚시, 스노보드, 러닝 등의 행위와 감흥으로 규정한다. 파타고니아 브랜드의 또다른 핵심가치인 최적의 기능성과 심플함은 환경문제에 대한 각별한 의식에서 출발한다. 디자인이 심플해야 수선이 쉽고, 내구성이 우수해지고, 파타고니아가 지향하는 대물림과 재활용이 가능한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파타고니아의 다양한 환경 보호 활동의 예시들이 많이 소개된다. 암벽등반에 필요한 장비인 피톤을 판매하는 것으로 시작했지만, 암벽에 손상을 준다는 사실을 깨우치고는 피톤 판매를 접는다. 이 후 크랙에 박지 않고 걸 수 있는 알루미늄 초크를 개발한다. 또한, 면섬유를 만드는 목화 재배를 위해 땅속과 그 위에 사는 모든 생물을 죽여야하고, 여기에 목화를 심기 위해 엄청난 양의 인공비료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난 후 쉬나드는 엄청난 비용과 수고를 감수하고 100% 유기농 목화를 이용하여 제품을 생산하기로 결정한다. 무농약 전환은 엄청난 비용증가를 가져왔으나, 이를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않고 기업의 이윤 폭을 줄여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 Earth Tax를 만들어 매출의 1%를 환경보호를 위해 사용하는 것도 기업철학의 실천이다. 파타고니아는 직원들의 복지에도 특별한 시도를 많이 하였다. 전통적인 기업문화를 타파하고자 많은 실행과 노력을 기울여 직원들에게 유연한 근무시간제를 도입하여 파도가 치는 시간에는 자유롭게 서핑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러한 제도가 회사의 입장에서는 약간의 불편함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우수인재 확보에 있어서, 직원들의 창의성과 자율성 증가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소개한다. 실제로 ‘포춘’지에서 일하고 싶은 100대 기업으로 수차례 선정되었다. 파타고니아 브랜드 성장의 이유가 진정성을 고객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이라고 밝히는데 환경과 알피니즘에 관심이 있는 고객들과 유대감과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었고, 그 커뮤니티가 점점 커지며 캠페인 등으로 확산되고, 진정성 있는 제품들이 나올 수 있었다고 한다.
<Insight> 파타고니아의 “Don’t buy this jacket” 캠페인이나 이 책의 표지에서 얘기하는 “유지할 수 있는 속도로만 성장하라”는 아마 이 회사의 탄생이나 CEO의 인생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하는 기업가나 마케터들에게는 꿈 이거나 농담 같은 이야기다. 나도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진정성으로 성공한 브랜드의 사례로 소개는 하면서도 이 또한 마케팅 끝판 왕 기업의 수단일 것이라는 의심을 한편으로 지울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우리나라에서도 이렇게 철학이 분명하고, 디자인, 생산, 유통, 마케팅, 인사, 재무에 이르기까지 철학을 실천하는 기업이 나올 수 있을까? 옳은 것을 선택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압도적으로 성공하는 법을 보여주는 Role Model기업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